이번 지방선거, 기초·광역 의회 의원 3천8백여 명을 새로 뽑습니다.
지방의원이 되기 위해 지금 선거 운동에 한창인 후보는 7천 명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들 전과 기록을 보면 너무 많이 눈에 띄어서 자격 요건 아닌가 싶을 정도인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음주운전입니다.
YTN이 집계해 보니, 지방의원 후보자의 15％, 947명이 음주운전 전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상습 음주운전도 적지 않습니다.
이외에도, 음주측정 거부, 무면허 등 도로 위의 범법 행위가 상당수입니다.
거대 양당은 공천 기준에 음주 운전을 부적격으로 못 박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음주운전 전과자 319명을 지방의회 의원 후보로 공천했습니다.
국민의힘이라고 다르지 않아서, 음주운전 전과자 380명을 공천했습니다.
정당 공천받아 출마한 음주운전 최다 전과자를 직접 만났습니다.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음주운전 4건, 음주 측정거부 2건, 무면허 운전 4건.
[김○○ / 군의원 후보 : 제가 38살쯤 부도가 났어요. (부도 금액이) 80억 원쯤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음주도 있고, 사실상 인생을 다 내려놓은 상태였으니까….]
지역에서 사업하던 그는 지난 7회 선거에서 군의원이 됐습니다.
그때는 무소속이었는데, 이번에는 유력 정당의 후보입니다.
[김○○ / 군의원 후보 : (공천 심사할 때) 음주 전과 기록에 대해서 소명할 것이 있느냐고 물어서 있는 대로 얘기했어요. (이번에는) 믿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한상희 /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 전과가 2번 3번으로 계속 이어지는 이런 사람들 같으면은 정말 공직자의 자격이 아예 없다고 봐야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사회적으로 이루어져 있는 규범에 대한 합의들을 어떻게 나의 행동 규범으로 받아들이냐의 문제거든요.]
[2018년 11월 YTN 뉴스 : 검사를 꿈꾸던 22살 군인 윤창호 씨가 음주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지면서 음주운전 강력 처벌에 대한 논의가 불붙었습니다.]
[2018년 11월 YTN 뉴스 : 이른바 '윤창호 법'이 통과되면서 앞으로 음주운전 사고에는 전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이 뒤따릅니다.]
여야 이견 없는 합의로 만들어진 이른바 '윤창호법'
일부 위헌 결정이 나긴 했지만, '음주운전은 살인'이라는 공감대 속에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대 양당은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조오섭 /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변인 (2022.03.30) : 오늘 의결된 것 중에 중요한 것은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 적발 시에는 부적격자로 심사가 강화되었습니다.]
[김 행 /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대변인(2022.04.01) : 한 번이라도 음주 운전이 적발된 경우,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했습니다.]
이 말은 지켜졌을까요?
거대 양당이 지방의원 후보로 공천한 음주운전 전력자는 699명.
이 가운데,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 전과를 기록한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2명, 국민의힘 11명입니다.
양당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은재식 / 대구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 또 선거 벽보만 보고 뽑을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인데 정당에서 그런 죄질이 나쁜 사람 문제가 있는 사람을 공천하는 부분들은 정당이 100% 책임을 져야 되는 부분들이라는 거죠.]
자신들이 만든 공천기준마저 무시하는 거대 정당.
법을 어겨도, 부도덕한 행위를 해도, 여의도에만 잘 보이면 살아남는 지방의원들.
지방의회 징계·전과 전수조사 연속보도.
내일은 마지막으로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를 망가뜨리는 '무투표 당선' 문제를 분석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되살릴 대안을 제시합니다.
YTN 박희재입니다.
http://www.radiohankook.com/news/3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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